고장 난 이미지의 존재론, '보이는 것'에서 '대면하는 것'으로의 수선
박하은(아트 포 랩 기획자)
다큐멘터리를 근간으로 현실을 기록해 온 윤태형(b.1999)은 동시대 매체 환경 속에서 이미지가 도구화되고 초고속으로 소비되는 방식에 근원적인 의문을 품었다. “이미지가 더 이상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을 때, 어떤 상태로 남는가?”라는 질문을 들고 거리로 나선 작가의 눈에 포착된 것은 도시의 벽면을 가득 메운 광고와 공사장 가림막들이었다. 이 이미지들은 본래 소비를 유도하거나 시스템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도시의 치부를 은폐하는 등 특정한 목적 아래 ‘닫힌 상태’로 기능한다. 그러나 시간의 풍파를 견디는 동안 비, 먼지, 곰팡이 같은 물리적 징후들이 스크린을 급습한다.
작가는 이 시스템의 이탈 과정, 즉 이미지의 죽음을 가속하는 노이즈와 물질적 세부들이 오히려 명백하던 도상들에 강력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역설에 주목한다. 목적을 잃고 훼손된 고장 난 이미지들은 비로소 의미의 체계에서 해방되어 ‘열린 상태’로 진입한다. 더 이상 무엇도 지시하거나 선전하지 않는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정보가 아닌 하나의 ‘사건이자 존재’가 된다. 윤태형의 사진은 대상의 리얼리티를 증언하며 살아 있음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지나간 것을 포착하기에 이미 죽었음을 암시하는 사진의 숙명이라는 유한하고 훼손된 표면 위에서 수선을 시도한다.4)
전시장에서 이러한 전환은 매체의 두께감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실현된다. 인화된 이미지를 캔버스 옆면까지 감싸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무게 없이 흐르던 디지털 이미지에 인위적인 무게와 물리적 ‘뒷면(두께)’을 부여한다. 하나의 완결된 화면으로 통합되기를 거부하고 분절된 표면으로 드러나는 이 물리적 부피 속에서, 관람객이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던 감각에 균열이 발생한다. 가벼운 시각 정보였던 이미지를 부피를 지닌 대상으로 전환하여 ‘보이는 것’을 ‘대면하는 것’으로 지연시키는 시도는, 동시대 매체 환경에 직면한 사진-이미지 작업자로서의 필연적인 실존적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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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히토 슈타이얼,『진실의 색』, 안규철 (역), 서울: 워크룸프레스, 2019, p. 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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